[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모든 클럽에 테크니컬 디렉터가 있어야 한다”

김판곤 신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 취임 기자회견에서 ‘테크니컬 디렉터’가 팀을 관통하는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열리는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잘 지원하고, 이후 결과를 토대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판곤 위원장은 ‘홍콩의 히딩크’라고 불릴 만큼 홍콩 축구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인물이다. 2014년부터는 홍콩 축구대표팀 감독과 홍콩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겸임하며 홍콩 축구 발전의 기본 로드맵을 설계했다. 김 위원장은 영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등에서 건너온 전문가들과 함께 ‘피닉스 프로젝트’라는 계획을 수립해 홍콩 축구 저변 확대와 기량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도 “홍콩 내셔널 커리큘럼을 만들어 각 연령에 적합한 훈련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코칭 프로세스를 바꿔 발전 로드맵을 만든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지난 해 11월 중순경 김 위원장에게 자리를 제안했다. 홍콩에서 쌓은 관계나 이룬 업적을 모두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감독을 선임하는 일이라면 굳이 젊은 자신이 가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감독 선임뿐 아니라 대표팀 지원과 관리, 로드맵 작성 등을 하는 자리라는 설명을 듣고 홍 전무이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를 감독선임위원장 대신 ‘테크니컬 디렉터’라고 표현했다. 테크니컬 디렉터는 국내에 생소한 개념이지만 팀 전체의 틀을 잡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유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공통된 철학으로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역할을 테크니컬 디렉터가 담당한다. 김 위원장은 “홍콩에 있으면서 테크니컬 디렉터의 중요성을 느꼈다. 모든 팀에 테크니컬 디렉터가 있어 철학을 만들고, 거기에 따른 커리큘럼을 짜서 선수를 배출하고 평가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테크니컬 디렉터를 두는 시스템이 한국에도 안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존 기술위원회가 기술발전위원회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로 분리됐지만 두 부서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 축구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김 위원장도 “전체적인 핵심 철학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잘 마련해 모두 비슷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과 잘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홍콩에서 그랬던 것처럼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해 지도자와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일 생각이다. 밖에서 봤을 때 한국 축구에는 지도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느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도자 인재풀을 구성해 향후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다.

좋은 지도자는 좋은 선수의 발굴로 이어진다. 김 위원장은 한국축구에서 좋은 선수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기술 부족을 꼽았다. 그가 말하는 기술은 흔히 생각하는 퍼스트터치나 슈팅 등이 아니다. 경기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 좋은 선수로 못 큰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각 연령에 맞는 훈련을 시행하기 보다 팀을 만들고 성적을 위해 움직이다 보니 나온 현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외국처럼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나올 수 있게 능력 있는 선수를 빨리 발굴해 키울 수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커리큘럼을 만든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기술위원장 자리는 대표팀 성적에 따라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대표팀 감독과 함께 기술위원장이 물러난 경우도 많다. 김 위원장의 꿈꾸는 계획들도 퇴진 압박이 거세지면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이 자리는 대표팀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평가해서, 적절한 시기에 잘 대응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하는 자리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업무를 수행해 나가겠다. 그 후 일어나는 일은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라며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위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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