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가슴이 FC서울을 포기하지 못해서 선택이 어려웠다.”

 

김치우(35)는 긴 고민 끝에 부산아이파크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최윤겸 감독이 자신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적을 염두에 뒀지만, 이적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서울 유니폼을 입은 뒤 상주상무에서 군복무를 포함해 10년 동안 서울 소속이었다. K리그 우승도 세 차례나 함께 했다. 유니폼이 피부처럼 굳어질 시간이다. 세뇰 귀네슈 감독과 서울 생활을 시작해 넬루 빙가다, 황보관, 최용수 그리고 황선홍 감독까지 겪었다.

 

“고민이 정말 많았다. 이 선택이 맞는 건데, 서울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도 서울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다. 와이프와 주위 사람들과 의논하니 ‘아무래도 경기를 뛰면서 마무리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하더라.”

 

김치우는 뛰고 싶었다. 서울에 남을 수도 있었지만, 황선홍 감독이 세대 교체를 바랐기 때문에 출전할 가능성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이재하 단장이 나를 많이 챙겨주려고 했다. 다만 마지막은 마음껏 뛰면서 끝내고 싶었다. 서울에 있어도 경기에 못나가면 스트레스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스물 다섯에 서울 유니폼을 입은 김치우는 세월이 흘러 가정을 이룬 유부남이 됐다. 김치우는 팀을 선택하며 아내와 아이를 걱정했지만, 오히려 아내에게 위로를 받았다. 김치우는 부산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아내를 배려해 서울에 남으라고 했는데 아내는 “그래도 같이 있고 싶다”라며 부산으로 따라 나섰다.

 

“최윤겸 감독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적 협상하러 와서 처음 봤다.”

 

김치우는 최 감독이 인연도 없는 자신을 부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둘 사이에) 아무 것도 없는데 찾아주니 고맙다. 선수는 자신을 믿는 감독과 뛰는 게 좋다”라며 “챌린지는 처음이지만, 팀이 원하는 것은 확실히 안다. 우승해서 클래식 가는 게 목표다. 나만 부른 게 아니라 (이)종민이도 부르고 다른 선수도 영입하려는 것 같다. 팀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08년 함께 서울에 입단했던 동갑내기 친구 이종민이 함께 온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귀네슈감독은 부임 2년차에 김치우와 이종민를 영입해 양쪽 측면을 맡겼었다. 김치우와 이종민은 2013년 이종민이 수원으로 이적하며 헤어졌다가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선수는 이적을 매듭짓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올 때도 함께 했었다.

 

김치우는 지난 2017시즌에도 21경기를 소화하며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전성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여전히 체력이나 기량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치우는 은퇴를 언급할 나이가 됐지만 뒤로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다. 그는 자신을 불러준 최 감독과 팀을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연고도 없는 곳으로 자신을 믿고 따라온 아내와 아이에게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여기에 정 붙이고 살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더 열심히 하겠다.”

 

사진=부산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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