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꽝'인줄 알았던 선수를 계속 열심히 긁었더니 1등은 아니라도 2등 당첨이 되더라. 망한 줄 알았던, 혹은 퇴물인 줄 알았던 선수를 데려가 부활시킨 팀들이 이번 시즌 유독 눈에 띈다. 재처리 원천기술을 보유한 팀들을 만나보자.

라치오는 그리 부유한 팀이 못 된다. 그래서 평가절하된 선수들을 노린다. 나이가 많지만 몇 년 써먹을 만한 선수, A급은 못되고 B급 정도로 평가 받던 유망주, 혹은 다른 구단에서 실패하고 몸값이 깎인 선수 등이다. 최근 유명한 사례로는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있다.

 

치로 임모빌레

특징 : 세리에A 득점왕 후 분데스리가에서 망하고 복귀

영입 당시 이적료 : 875만 유로(약 112억 원)

활약상 : 2016/2017시즌 23골, 2017/2018시즌 17라운드 현재 16골

임모빌레는 토리노에서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한 뒤 2014년 보루시아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그러나 폭삭 망하고 토리노 임대를 거쳐 2년 뒤 절반도 안 되는 이적료로 라치오에 합류했다. 라치오 치고는 꽤 과감한 투자였고, 그 투자가 옳았다. 임모빌레가 지난 시즌 넣은 23골은 득점왕 시즌보다도 나은 기록이다. 이번 시즌은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

임모빌레는 소위 ‘우당탕탕’ 스타일의 공격수다. 섬세한 볼 터치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동료 공격진과 매끄러운 호흡을 맞춰야 하는 여느 강팀에서 힘을 내기 힘들다. 대신 스피드, 판단 속도, 투박해 보이지만 어느 정도 통하는 돌파력, 빠른 타이밍에 나가는 슛 등 장점도 많은 선수다. 라치오의 속공 위주 공격은 임모빌레의 장점만 살려주기 딱 좋았다. 완벽한 부활이다.

 

루이스 알베르토

특징 : 리버풀의 실패한 유망주에서 라치오의 특급 테크니션으로

영입 당시 이적료 : 400만 유로(약 51억 원)

세비야 유소년 출신 유망주였던 알베르토는 21세가 된 2013년까지 기회를 받았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리버풀이 알베르토를 영입해 되살려보려 했다. 말라가, 데포르티보 임대를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1군 진입에 실패했다. 2016년 라치오로 이적할 때만 해도 실패한 유망주를 미련 없이 처분한 것처럼 보였다.

알베르토는 이번 시즌부터 라치오의 핵심 미드필더로 맹활약 중이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와 함께 공격 전개, 득점 기회 창출, 득점 가담 임무를 소화한다. 날카로운 스루 패스, 상대 미드필더의 허를 찌르는 돌파로 임모빌레를 완벽하게 지원한다.

알베르토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스페인 청소년 대표 경력이 끝난 선수였다. 지난해 말 스페인 A대표로 데뷔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한 스페인이 알베르토를 뽑아 실험했다는 점만으로도 얼마나 제대로 부활했는지 알 수 있다.

 

루카스 레이바

특징 :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잘만 뛴다

리버풀에서 10년 동안 활약한 루카스는 지난해 여름 팀을 옮기기로 했다. 한창때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선수지만, 마지막 시즌까지 로테이션 멤버로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한 뒤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신체 능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이적이었다.

라치오는 AC밀란으로 떠난 루카스 비글리아의 자리를 새로운 루카스로 대체했다. 지난 시즌 비글리아에 비해 이번 시즌 루카스의 패스 성공률(87.3% 대 89.1%), 경기당 공중볼 획득(1.6회 대 0.6회) 기록이 더 좋다. 루카스가 모든 면에서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난한 대체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라치오는 비글리아의 이적료로 1,700만 유로를 벌고, 단 500만 유로를 들여 영입한 루카스로 공백을 잘 메웠다. 라치오의 실리적인 경영 방침을 잘 보여준다. 심지어 루카스는 비글리아보다 한 살 어리다. 신체 능력의 감퇴를 지능으로 메꿀 수 있는 세리에A에서라면 롱런도 가능할지 모른다.

 

종합 : 나니만 빼고 전원 ‘갱생’ 성공

라치오는 영입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도가 튼 구단이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비글리아, 센터백 베슬러이 후트, 윙어 케이타 발데가 일제히 떠났지만 대체자 영입에 돈을 들이지 않았다. 비글리아의 자리는 루카스로 대체했다. 케이타 발데의 역할이었던 공격 지원은 전술을 바꾼 뒤 알베르토에게 일임했다.

가치가 절하돼 있던 선수를 잘 활용하는 비결은 시모네 인차기 감독의 지도력이다. 인차기 감독은 라치오 선수 영입 방침에 맞게 각 선수의 개성을 잘 조합해 장점만 살리는 ‘선수 맞춤형’ 전술을 쓴다. 임모빌레가 선호하는 공격 속도, 알베르토가 선호하는 프리롤, 루카스가 선호하는 포지션 등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했다. 새로운 멤버들로 3위권에 들기 위한 경쟁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후반기에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유력하다.

올해 라치오가 영입해 제대로 ‘갱생’시키지 못한 선수는 나니 정도다. 한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스타 윙어였던 나니는 발렌시아로 이적한 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현재 라치오로 임대돼 있다. 라치오는 나니를 완전 영입할 경우 ‘시장 평가액’보다 더 낮은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 벌서부터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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