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적시장이 열렸다. K리그 이적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리그는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리그다. K리그는 더 이상 주도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이끌어가지 못한다. 아시아 리그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리그에 파급력이 미치는 이유다. '풋볼리스트'는 2018년 겨울 이적시장을 주도하는 '아시안 마켓'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태국프리미어리그(TPL)은 달라졌다. 한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젊은 선수나, 기회가 줄어든 베테랑들을 주로 노리는 리그가 아니다. TPL은 자국의 뜨거운 축구열기와 자금력을 등에 업고 K리그에소 활약하던 베테랑을 영입하는 '큰손'이 됐다. 

최근 한국 선수 2명이 TPL 이적을 확정했다. 지난 시즌 수원삼성에서 뛰었던 이용래는 치앙라이유나이티드로 팀을 옮겼고, 일본 J2리그 더스파구사쓰군마에서 뛴 강수일은 랏차부리미트로폴로 이적했다. 울산현대에서 뛴 베테랑 미드필더 김성환도 타이포트FC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태국은 다른 동남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축구열기가 뜨겁다. 매 경기마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TV를 통해서는 TPL 전 경기가 생중계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보니 도요타, 코카콜라 등 굴지의 기업들이 TPL을 후원하고 있다. 태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예전은 2~3개 구단 정도가 재정이 탄탄했었다. 최근에는 6개 구단이 재정 규모가 괜찮다. 이들이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돈이 돌다 보니 선수 영입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던 선수들도 태국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뛰고 있다. 무앙통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시스코 히메네스는 과거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라리가에서 활약한 공격수다. 유럽과 남미 출신 외국인 선수로 공격진을 채우고 아시아쿼터로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보강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TPL에 한국 선수들이 진출하는 게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김동진, 조병국, 김진규, 김승용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TPL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고슬기(부리람유나이티드), 이호(무앙통) 등이 태국 명문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적 과정이다. 과거에는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태국 진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에이전트가 태국 클럽에 진출 의사를 전달하면 테스트를 거쳐 입단 계약을 맺는 형식이었다.

최근에는 각 구단이 스카우트를 직접 한국으로 보내 이적 작업을 진행한다. 충분히 지켜본 이후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표현한다. 이용래의 경우도 치앙라이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치앙라이 스카우트가 한국을 찾아 여러 차례 경기를 관전했고 영입 작업을 시작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이용래를 태국으로 초청해 구단 관계자와 치앙라이 경기를 함께 봤다. 선수에게 직접 태국 축구열기를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타이포트FC도 김성환에게 일찍부터 접촉했다. 울산과 계약이 끝난 김성환은 일본 진출을 고려했으나 타이포트FC의 적극적인 관심에 마음을 움직였다. 김성환의 대리인은 "태국에서 일찍부터 김성환에게 접촉했다. 타이포트FC에서 김성환의 포지션을 미리 비워놓고 다년계약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김성환을 원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서 뛰고 싶었던 김성환의 바람과 구단의 정성이 맞아떨어졌다.

TPL 클럽들이 단순히 선수의 이름값만 보고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은 물론 최근 경기 기록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도 최근 많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영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 계약을 확정 짓는다. 이용래와 강수일도 지난 시즌 꾸준히 경기를 나선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LC 클럽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많은 팀들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부리람과 무앙통은 그 동안 ACL 무대에 꾸준히 참가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3년 부리람이 8강에 진출하고, 무앙통이 지난 시즌 16강에 오르면서 성과가 나고 있다. ACL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AFC에서 승리수당과 원정지원금도 지원한다.

한국인 선수뿐 아니라 K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을 원하는 것도 ACL을 위해서다. 지난시즌 제주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멘디는 방콕글래스에 입단했고, 부산아이파크와 FC안양에서 뛴 루키안은 파타야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매튜(수원), 오스마르, 데얀(FC서울) 등도 TPL 팀들의 강한 러브콜을 받았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태국 진출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국 선수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일본 선수들이 태국 진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J리그는 최근 중계권료 상승으로 자금력이 풍부하다. 일본 선수들은 굳이 낯선 태국으로 건너가지 않고도 일본에서 많은 연봉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오히려 J리그에서 태국 대표급 선수 영입을 노리는 분위기다.

TPL은 더 이상 아시아 변방리그가 아니다. 꾸준한 투자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올 시즌 ACL에도 TPL 클럽 3팀이 참가한다. 부리람은 조별리그로 직행하고, 치앙라이와 무앙통은 2차 예선부터 참가한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 랏차부리 공식 페이스북, 타이포트FC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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