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2017년, 세계 축구는 뜨거웠다. ‘풋볼리스트’는 수치와 기록보다는 주관적인 의견을 내세운 온기 있는 결산 기사를 준비했다. 2017년을 대표할 수 있는 올해의 인물과 올해의 팀을 선정했다. <편집자주>

레알마드리드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2017/2018시즌 전반기가 아니라 2017년 한해를 기준으로 가장 눈부셨던 팀을 고른다면 레알이 아닌 팀은 생각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스페인 챔피언, 유럽 챔피언, 세계 챔피언을 모두 달성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2017년이었다. 레알은 2016/2017시즌 스페인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모두 우승했다. ‘라 데시마(La Decima, UCL 10회 우승)’를 영영 달성하지 못할 것처럼 이야기하던 게 겨우 4년 전이다. 그런데 레알은 열 번째 우승을 달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12번째 우승, 즉 ‘라 두오데시마(La Duodecima)’까지 해냈다. 2회 연속 우승은 UCL 출범 이후 최초다.

2017/2018시즌 들어 레알의 라리가 성적은 뚝 떨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클럽월드컵 연속 우승 역시 대회 사상 처음이다. 트로피 부자가 된 호날두는 2년 연속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여기에 올해 8월 열린 UEFA슈퍼컵과 수페르코파데에스파냐에서 각각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꺾고 모두 우승했다. 레알이 2017년 동안 따낸 트로피는 5개나 된다. 올해 레알을 탈락시킨 유일한 상대는 세계적 명문이 아니라 셀타비고였다. 셀타는 올해 1월 열린 코파델레이(국왕컵) 8강에서 2차전 연장 끝에 레알을 아슬아슬하게 꺾었다. 레알이 탈락한 유일한 경기였다. 올해 레알이 각종 공식 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44승 10무 9패다.

최근 레알이 흔들리며 지네딘 지단 감독에 대한 평가가 깎이고 있지만, 데뷔 이래 이토록 빨리 성공한 감독은 축구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다. 레알 선수단의 화려함은 2014년 라 데시마 이후로 딱히 향상되지 않았다. 특히 지단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슈퍼스타는 한 명도 영입되지 않았다. 지단은 팀내 자원인 이스코, 임대에서 복귀한 마르코 아센시오와 카세미루 등을 잘 성장시켜 레알을 더 단단한 팀으로 만들었다.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의 하향세 속에서도 레알은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도 레알의 해로 만들 가능성은 낮다. 레알은 라리가에서 17라운드 현재 선두 바르셀로나보다 승점 14점이 뒤쳐진 채 4위로 밀려 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32일 바르셀로나전에서 0-3으로 대패하며 두 팀의 현재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역전 우승 가능성은 희박하다. 2위까지는 노려볼 만하다. UCL에서 이변 없이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토트넘홋스퍼에 조 1위를 내주는 바람에 16강에서 강호 파리생제르맹(PSG)과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지단 감독은 코치 시절 사사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을 대부분 물려받는 가운데 슈퍼스타 출신다운 리더십과 철저한 체력 관리를 접목, 두 시즌 동안 성공을 거뒀다. 창업보다 수성에 먼저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BBC’의 시대가 이미 저물어버렸다. 호날두는 내년에 33세다. 지단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34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날두 중심 체제는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 지단 감독은 리빌딩을 주도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알은 다시금 긴 혼란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 스타의 팀인 레알은 세계 최고 선수가 이끌고 있을 때 저력을 발휘한다. ‘지단 시대’가 끝나고 ‘호날두 시대’를 맞이하기 전까지 UCL에서 여러 차례 16강 탈락을 겪는 등 암흑기를 보낸 전례가 있다.

어쩌면 2017년은 레알의 한 세대가 보여준 마지막 불꽃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려면 치밀한 리빌딩이 필요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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