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웨덴의 소규모 구단 외스터순드는 보통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축구팬들에게도 문선민이 한때 뛰었던 하부리그팀 정도 이미지가 강했다.

올해 외스터순드는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가장 큰 이변을 만들었다.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유럽 대항전에서 조별리그에 통과해 32강 토너먼트까지 진출했다. 1997년부터 프로 리그에 참가한 신생팀이 거둔 성과다.

외스터순드는 유로파리그의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유럽의 명문 구단들을 만났지만 모두 당당하게 격파했다. 2차 예선에서 터키 강호 갈라타사라이를 만나 1승 무로 꺾었다. 3차 예선에서 룩셈부르크 구단 폴라에슈를 만난 게 유일하게 수월한 대진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그리스 명문 PAOK를 만나 홈에서 2-0으로 승리했고, 원정에서 1-3으로 패배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간신히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 외스터순드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틱빌바오, 독일 명문 헤르타BSC, 우크라이나 팀 조리아루한스크와 함께 J조에 묶였다. 남유럽과 동유럽을 오가야 하는데다 빅 리그 팀이 두 개나 껴 있는 어려운 일정이었다. 외스터순드는 우려와 달리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조리야와 헤르타를 꺾으며 선두권을 달렸다. 빌바오와 1무 1패에 그치며 흔들렸지만, 5차전에서 조리야를 꺾으며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했다. 8일(한국시간) 열린 최종전 헤르타 원정에서 무승부를 달성했다.

연고지 외스터순드시(市)는 인구가 약 5만 명인 스웨덴에서도 북부에 속하는 소도시다. 겨울엔 영하 10도를 오가는 날이 흔하고, 영하 38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기록도 있다. 스키 종목인 바이애슬론 세계대회를 여러 차례 유치했다. 축구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1996년 창단해 1997년부터 프로 리그에 참가한 외스터순드는 여전히 소규모 구단이다. 홈 구장 수용 인원이 8,400여 명에 불과하다. 스웨덴 3부 리그에서 창단한 외스터순드는 2011년부터 고속 성장을 시작해 2016시즌부터 1부 리그 팀이 됐다.

외스터순드는 아직 하부리그에 있을 때 한국 선수 문선민과 인연을 맺었다. 문선민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더 찬스’ 프로그램 한국 우승자 자격으로 유럽 무대를 노크했다. 2012년 입단한 첫 프로팀이 외스터순드였다. 문선민은 외스터순드에서 3년간 활약하며 3부에서 2부까지 승격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구단의 급성장을 이끈 두 축 중 하나가 ‘더 찬스’ 프로그램이었다.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2011년 외스터순드에서 데뷔했을 때 나이가 36세에 불과한 젊은 감독이었다. 잉글랜드 출신인 포터 감독은 나이키 아카데미와 인연이 있었고, 더 찬스를 통해 선발된 선수 등 나이키 아카데미 출신을 적극적으로 팀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 찬스, 외스터순드를 거치며 스웨덴 명문 헬싱보리까지 입성해 가나 국가대표가 된 공격수 데이비드 아캄이 대표적이다. 문선민도 그중 하나였다.

두 번째 축은 다니엘 킨베리 구단주다. 킨베리는 외스터순드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다. 킨베리가 구단에서 손을 뗀 2010년, 외스터순드는 4부리그로 강등됐다. 이듬해 킨베리가 돌아와 구단 시스템을 정비하고 더 많은 스폰서를 끌어들이면서 바로 성장세가 시작됐다. 2011년 4부 우승, 2012년 3부 우승, 2015년 2부 2위를 통해 순식간에 1부까지 승격했다. 2016년에 1부에서 8위, 올해는 1부에서 5위를 차지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컵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이번 유로파리그에 참가했다.

스웨덴 국적 선수의 비중이 적고, 다양한 이민자 출신 선수가 주축으로 뛰고 있다. 주전 공격수 사만 고도스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도시 말뫼에서 태어난 이란 이민자의 자손이다. 올해 초 스웨덴 대표팀에서 친선경기를 소화했지만 결국 이란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들여 앞으로 아시아 A매치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고도스는 예선에서 3골, 본선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퀸스파크레인저스 등 유럽 구단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주장 브르와 누리는 이란에서 태어난 쿠르드족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웨덴에서 자라며 청소년대표팀에서도 활약했지만 국가대표는 결국 이라크를 선택했다. 그 외에도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다양한 중동 국가 출신 선수가 뛴다. 가나, 아프리카의 소국 코모로, 영국 출신도 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이민자들이 정착하기 좋은 나라로 선정된 바 있으며 특히 중동계 이민자가 많은 나라다. 외스터순드 선수단 구성은 스웨덴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 외스터순드 공식 트위터 캡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