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두 영국 신사(?)의 첫 맞대결에 프랑스와 영국이 들썩이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과 조이 바튼은 오는 24일(이하 현지시간) 각각 파리 생제르맹(PSG)와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유니폼을 입고 만난다.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에 속했던 두 선수는 프랑스에 와서도 앙숙 팀에 입단했다.

프랑스에서의 첫 조우는 아직 확실치 않다. 베컴이 몸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프랑스 언론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최근 베컴 같은 슈퍼스타를 지녀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세계 최고의 축구 전문지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 풋볼’도 같은 장단에 춤을 출 정도다. ‘프랑스 풋볼’은 주말판 표지를 베컴과 바튼으로 만들었다.

표지를 쓴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내용이 걸린다. 천사와 악마의 대결 구도다. 베컴은 천사로, 바튼은 악마로 표현했고, 표제도 ‘베컴 VS 바튼, 천사와 악마’로 했다. 베컴은 천사관과 날개를 달았고, 바튼은 붉은 얼굴에 뿔까지 달고 있다. 재미있는 구성이지만, 선과 악의 대결구도는 너무 작위적이다.

바튼의 인터뷰가 나오면서 대결 전 분위기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튼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베컴을 향해 빨랫줄 슈팅을 날렸다. 그는 “베컴은 분명 경기장 밖에서는 슈퍼스타다. 그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자 안에서는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르세유가 걱정할 실력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언론이 바라는 표현이 나오자 이것이 재생산에 재생산을 거듭해 바다건너 영국에도 전해졌고, 프랑스와 영국 양국에서 연일 기사로 나왔다. 영국 언론은 ‘프랑스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다’라고 했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오십보백보다. 오랜만에 ‘각도 나오는’ 대결을 앞두고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난리가 났다.

베컴과 바튼은 단 한 번도 그라운드 위에서 만나지 않았다. 베컴과 바튼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단 한 시즌만 같이 뛰었다. 바튼이 데뷔했던 2002/2003시즌을 마지막으로 베컴은 EPL을 떠났다. 당시 두 번의 맨체스터 더비가 벌어졌는데, 바튼은 두 경기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맨체스터 시티가 1승 1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눌렀었다.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두 사람의 대결로 PSG와 마르세유의 만남이 빛을 잃는 게 가장 아쉬운 일이다.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하기에는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다. 두 팀의 대결은 프랑스 리그 앙에서 가장 치열하다.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들의 대결은 ‘르 클라지크( Le classique)’라 불린다. 쉽게 표현하면 프랑스판 엘 클라시코다.

PSG는 마르세유에 비하면 역사와 전통 그리고 우승경력에서 한참 모자라는 팀이다. 하지만 수도 파리를 연고로 하는 PSG의 상징성은 마르세유의 의미와 극과 극을 달린다. 포괄적으로 설명하자면, PSG가 북부, 수도, 주류 등을 의미한다면 마르세유는 남부, 지방, 비주류 그리고 이주민을 상징한다. 대결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두 팀의 대결이 얼마나 극심한지 보여주는 확실한 예도 있다. 프랑스의 한 보도에 따르면 양 팀은 2009년 맞대결을 위해서 약 75만 유로(약 13억 원)을 지출했다. 이것은 역대 리그 앙 한 경기를 치르는데 든 최고의 비용이 이렇게 큰 돈이 든 이유는 모두 보안 때문이다. PSG는 700명의 원정 팬들을 위해서 특별 TGV열차와 버스 15대(역에서 충돌할 가능성 때문에 마르세유역으로 가지 않고 오바뉴라는 역에서 내려서 환승)를 대여했고 80명의 안전요원을 고용했다. 마르세유 측에서도 1200명의 경찰 병력을 경기장에 배치시켰다.

2012/2013시즌에는 두 팀의 위치가 조금 바뀌었다. 항상 마르세유에 PSG에 도전하는 형국이었는데, 이번에는 1위 PSG에 3위 마르세유가 엉겨 붙는 모양새다. 두 팀의 승점 차이는 5점이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마르세유가 31승 20무 29패로 조금 앞서고 있다. 이번에 경기가 벌어지는 PSG의 홈경기장에서는 PSG가 15승 10무 9패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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