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축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정치적, 사회적, 인종적, 성적 취향 등 개인의 성향과 관계 없이 누구나 축구를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를 비롯한 대부분의 축구 관련 기관이 내걸고 있는 평등의 기치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아니다. 러시아는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엄격하다. ‘비전통적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 처벌을 받는다. 내년 여름 러시아월드컵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과 허용이 화두가 됐다. 

러시아는 지난 2013년 인권운동 단체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에 대한 반대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성년자에게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해 논하거나, 동성애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대로라면, 러시아의 법률과 FIFA의 정책이 맞서게 된다. 성공 개최를 호언장담하는 러시아는 곤란한 상황이다. 

실마리가 풀렸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성적평등의 의미를 담은 무지개 깃발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법률은 그대로이지만, 월드컵에 한해 성소수자들에 관한 표현이 허용된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지난 달 30일 자국의 월드컵 홍보대사인 알렉세이 스메르틴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스메르틴은 “러시아에서 무지개 깃발이나 옷이 금지되지 않을 것이다”며 “러시아에 와서 자신의 기분을 표명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러시아의 법률대로라면 월드컵이 펼쳐지는 축구 경기장은 공개된 장소이며, 무지개 깃발을 비롯해 성소수자의 표현은 미성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위법적 행위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월드컵에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FIFA측은 “모두가 원하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물론 러시아의 전향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성소수자의 공개적 표현은 잠재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거센 반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축구장 안팎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운동은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는 최근 각 구단과 선수들이 축구화 끈, 주장 완장, 경기장 광고판 등에 무지개를 띄운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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