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엘라스베로나는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봤다. 이승우는 알레시오 체르치와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13라운드를 치른 베로나는 볼로냐에 2-3으로 패배했다. 베로나는 19위, 볼로냐는 10위에 머물렀다.

베로나는 이 경기로 5연패에 빠졌다. 결과는 나빴지만, 지난 네 차례 패배만큼 무기력하게 진 건 아니었다. 전반전엔 두 차례나 앞서 갔으나 그때마다 볼로냐가 동점골을 넣으며 따라잡았다. 후반 31분 고드프레드 돈사에게 역전골을 내주고 결국 패배했다.

4-2-3-1과 4-4-1-1의 경계를 나누는 건 쉽지 않지만, 최근 베로나가 쓰는 대형은 4-4-1-1에 훨씬 가깝다. 4-4-2의 파생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현대적인 4-4-2 전형의 발상지답게 좌우 측면 미드필더에 측면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를 엄격하게 배치한다. 측면 공격수에 가까운 선수가 좌우에 서면 4-2-4라고 부르며 별개의 포메이션으로 친다.

현재 대형에서 주전으로 붙박이 출장할 수 있는 선수가 왼쪽의 모하메드 파레스와 다니엘레 베르데, 오른쪽의 호물루다. 파레스와 호물루는 측면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을 지녔다. 파레스가 볼로냐전에 레프트백으로 나왔다. 베르데는 정교함이 부족한 대신 저돌적인 돌파, 왕성한 체력을 갖고 있다.

이승우는 왼쪽 미드필더가 아니라 왼쪽 윙어에 가까운 선수다. 유소년 시절부터 최전방 공격수였고, 바르셀로나에서 ‘가짜 9번’ 등 변형된 스트라이커 역할을 주로 소화했다.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상대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왼쪽으로 위치를 옮겨갔다. 성실하게 압박에 가담할 줄 알지만 미드필더보다 공격수에 가깝다. 이승우를 4-4-2의 미드필더로 배치했을 때 원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올해 U-20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잘 드러났다.

4-4-1-1 대형이 유지되는 한 이승우가 노릴 수 있는 위치는 왼쪽이 아니라 섀도 스트라이커다. 현재 주전 섀도 스트라이커인 체르치가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어 이승우의 주전 경쟁은 더 험난하다. 체르치는 원톱 잠파올로 파치니 뒤를 받쳤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 5회, 드리블 돌파 2회 시도 중 2회 성공을 기록했다. 오프사이드를 네 번이나 범할 정도로 자주 배후 침투를 했다. 전반 12분 파레스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선제골도 넣었다. 체르치의 공식전 득점은 2016년 3월 토리노 시절 이후 처음이다. 득점 기회를 많이 무산시킨 점이 아쉬웠지만 공격은 체르치 중심으로 돌아갔다.

베로나의 전반전은 희망적이었다. 중위권 팀인 볼로냐를 상대로 두 번 리드를 잡았다. 그때마다 동점을 허용한 허술한 수비가 문제였지만, 공격력 난조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봤다. 베로나가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기록한 건 지난 10월 토리노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다.

이승우는 후반 34분 체르치와 교체 투입된 뒤 변속 기어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공을 잡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패스를 단 4번 시도했다. 경기 막판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이 뒤로 흐르는 걸 문전으로 재차 투입했으나 브루노 수쿨리니의 슛이 선방에 막혔다.

이승우가 베로나에서 더 긴 출장 시간을 잡으려면 체르치의 위치에서 경쟁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섬세한 플레이뿐 아니라 장거리 드리블 등 힘 있는 플레이도 보여줄 때 출장 기회가 늘어난다. 청소년 대표 시절 자주 보여준 호쾌한 돌파도 필요하다. 베로나가 스리톱을 버리고 투톱 체제로 시스템을 굳힌다면 이승우의 역할도 거기 맞춰 변할 필요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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