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슈퍼스타를 만나면 한국은 효과적인 수비를 할 수 있을까?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고요한을 중심으로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10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2-1 승리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5번째 경기에서 거둔 첫 승리다. 하메스는 후반전 크리스티안 사파타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하는 왼발 프리킥 외에 별다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하메스는 동료 공격 자원인 후안 콰드라도, 라다멜 팔카오 등이 빠진 가운데 2진급 공격진을 이끌어야 했다. 신체 능력이나 드리블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팔카오는 한국 미드필더들의 견제를 받으며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몸싸움을 하다 신경질을 냈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 고요한이 하메스를 잘 막았다. 고요한은 기성용과 함께 4-4-2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윙백으로 선발된 줄 알았던 고요한이 뜻밖의 위치, 뜻밖의 임무를 맡았다. 고요한은 경기 시작 후 1분도 지나지 않아 하메스를 한 차례 가격해 파울을 범했다. 선전포고 같은 플레이였다.

신태용 감독은 “항상 요한이에게 농담으로 ‘네가 K리그 최고 더럽게 볼을 찬다’고 한다. 하메스는 몸싸움을 싫어한다. 요한이에게 거친 맨투맨을 시켰다. 따라다니라고 부탁했다. 전담 맨투맨으로 하메스를 가장 근접하게 지키고. 사이드로 빠져나가면 다른 선수에게 맡기라고 말했다. 거의 완벽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대표팀에 합류한 토니 그란데 코치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그란데 코치는 스페인 대표팀 시절 콜롬비아를 상대하며 분석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만들어 둔 분석 영상으로 고요한의 ‘예습’을 도왔다. ‘한 번 괴롭히면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팁을 준 것도 그란데 코치였다.

고요한은 “큰 임무는 하메스를 신경질나게 해서 괴롭히라는 거였다. 그건 잘 한 것 같다. 공격적으로는 수비하다보니 좋은 모습 못 보여서 아쉽다”고 본인 경기력을 자평했다. “하메스가 유명한 선수라 긴장도 많이 했다. 어떻게 괴롭혀볼까 생각도 많이 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부딪쳐 봤는데 너무 신경질적이라서 더 괴롭힐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오랜만에 맡는 역할이었다. 경기 이틀 전 통보 받아 준비했다. 유망주 시절 FC서울 동료였던 기성용이 중심을 잡고 고요한의 포지션 적응을 도와줬다. 고요한은 포백의 풀백, 스리백의 윙백,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선수다. 스스로도 “사이드, 미들, 수비 다 경쟁할 수 있다. 감독님께서 주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게 선수다”라며 앞으로 다양한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신 감독의 ‘더럽게 찬다’는 말에 대해 “타 팀 선수를 해코지하려는 게 아니라 팀 분위기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플레이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나아진 이유로는 “선수들이 잘 준비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콜롬비아를 이길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벌 더 뛴 게 적중했다”고 했다. 전술적으로는 “킥을 많이 하지 말자고 했다. 사이사이 받아주는 플레이, 제3자 움직임을 많이 보자고 했다. 그 부분에서 템포가 살았던 것 같다”고 간단한 분석을 내놓았다.

고요한은 과거 대표팀 경기에서 팬들의 비난을 받은 기억이 많다. 고요한은 “비난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잘 준비했다. 그래서 오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늘은 잘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표정에는 모처럼 후련한 경기를 했다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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