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힙합계에서 가장 뜨거운 레이블 비스메이저 컴퍼니(VMC)는 30대 초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젊은이들이 모인 집단이다. 소탈하고 인간적인 VMC는 여럿이 모였을 때 노는 모습이 여느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소주가 아니라면 게임 위닝일레븐, 때론 축구 이야기다.

VMC의 인기 멤버 넉살과 던밀스, 공동 대표 겸 아트 디렉터인 로우디가는 8, 9일에 걸쳐 공개된 팟캐스트 ‘주간 서형욱’에 출연, 축구와 위닝부터 최근 발매한 앨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VMC의 위닝 사랑은 축구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단체곡 ‘티키타카’로 이어졌다. 넉살은 이 곡에 참여해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게임 캐릭터를 연기했다.

 

넉살은 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티키타카를 외쳤나?

넉살은 타이틀곡의 콘셉트를 티키타카로 잡은 이유에 대해 “딥플로우 형과 나, 프로듀서들이 주제, 비트, 참여 래퍼를 정하며 작업했다. 나, 오디, 우탄이 굉장히 짧은 랩을 뒤섞어가면서 하자는 콘셉트가 됐다. 단체곡은 세부적인 주제를 다루기보다 '내가 짱, 너는 별로야'라는 내용이 되기 쉽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처럼 랩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로우디가는 “그때가 다들 위닝으로 유입되던, 위닝이 대세인 때였다. 그런데 나는 수많은 축구팬들을 대표해서 걱정을 했다. 티키타카가 이미 바르셀로나 DNA에서 빠져나간 시점이라 좀 올드한 느낌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인터넷 민심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바르셀로나 이제 티키타카 안 하는데’라는 반응이 있었다”라며 축구 지식을 드러냈다.

뮤직비디오에는 위닝의 캐릭터 생성 기능을 활용해 넉살, 오디, 우탄의 아바타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비디오 속에서는 딥플로우가 게이머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는 위닝 마니아인 로우디가가 작업을 했다. 넉살은 “로우디가 형이 ‘미안하다 얘들아’라면서 하나씩 캐릭터를 올려주더라. 근데 사람인지 무인지 알 수 없는 걸 만들어 버렸다”라며 웃었다.

 

VMC 단톡방에서 축구 이야기 하는 멤버들은?

위닝 멤버는 대부분 축구도 좋아하는 멤버들이다. 로우디가는 리버풀 시와 로마 시 연고 팀들을 응원한다. 넉살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유벤투스를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꼬박꼬박 본다. 빅 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VMC 단체 채팅방에서 축구 좋아하는 멤버들이 흥분해 축구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러면 딥플로우, 던밀스 등 경기를 안 보는 멤버들이 “부상투혼 이임생”, “날쌘돌이 서정원”, “필드 위의 적토마 벤제마” 등 흥분을 가라앉히는 표현으로 ‘좀 그만 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로우디가는 축구 마니아 겸 사장님의 입장에서 넉살과 던밀스를 축구 선수에 비유했다. “넉살은 요즘 보여주는 모습은 이스코같다. 그런데 접수를 할 때 보면 또 피를로 같은 면이 있다”며 화려한 개인기와 동료를 살려주는 면모를 모두 가졌다고 말했다. 20년 전 축구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축구 냉동인간’ 던밀스는 “넉살 형이 받는 것도 잘 하고 골도 잘 넣으니까 칠라베르트 아니냐”라고 말해서 나이를 속였다는 의혹을 받아야 했다.

던밀스는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로이 킨과 비교가 됐다. 던밀스가 “막 싸움하고 그런 사람 아니냐. 김남일이 한국의 로이 킨 아니었냐”라며 다시 한 번 20년 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던밀스는 킨과 함께 “낸시 랭 씨처럼 즉흥적인 면이 있는 행위예술가”라는 평가도 받았다.

우리 레이블, EPL 명문 구단처럼

이날 참석하지 않은 공동 대표 딥플로우는 앞선 인터뷰에서 ‘VMC가 EPL 명문 구단처럼 세대를 이어가는 레이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생적으로 생겨나 서서히 몸집을 불려가는 VMC의 행보는 잉글랜드 축구팀들이 처음 탄생하는 과정을 닮았다. VMC가 세대를 거치며 오래 이어질 수 있다면 정말 EPL 구단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로우디가는 “딥플로우라는 사람 자체가 후배들을 아끼는 타입이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많이 따른다. 비스메이저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만나 조금씩 이뤄 왔고, 힙합 커뮤니티 리스너들의 사랑으로 자라 온 레이블이다.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귀 기울이고 피드백 받을 거다. 넉살이 미디어에 나갔다고 갑자기 변하는 모습은 없을 거다. 지금 좋아하시는 모습 유지하며 커 가겠다”라고 말했다.

‘주간 서형욱’에는 그밖에도 넉살과 던밀스가 최근 활동 영역을 넓히며 생긴 일화들, 한국 힙합 ‘실세’ 로우디가가 오랜만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생각들, VMC 특유의 유머와 다양한 일화가 담겼다.

사진= 풋볼리스트,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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